검찰, 10일 결심공판서 피고인 김씨에 무기징역 구형...김씨 변호인 "증인들 진술 신빙성 낮아" 반론

검찰이 제주 장기미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살인 혐의 피고인 김모(56)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례적으로 검찰은 법정에서 PPT 틀어 그 동안의 김씨 발언을 종합, 김씨가 이승용 변호사 살인을 지시했다는 진술이 가장 신빙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10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강민수·강미혜 판사) 심리로 이승용 변호사 살인 피고인 김씨에 대한 결심공판이 진행됐다. 

이날 변호인의 피고인 신문도 진행됐으며, 변호인 측은 공판에 출석한 증인들과 김씨와의 관계를 언급하면서 진술의 신빙성 등에 의문을 던졌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법정에서 PPT까지 보여주며 무기징역과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등을 구형했다. 통상적인 형사재판에서 검찰의 구형은 1분 정도 소요되는데, 이날 검찰의 구형에만 1시간 가까이 걸렸다. 

김씨는 ‘갈매기’라 불리던 친구 손모씨와 함께 1999년 11월5일 오전 3시쯤 예리한 흉기로 이승용 변호사를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수사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김씨의 진술은 번복에 번복을 되풀이 했다. 검찰은 김씨가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다가올 때마다 진술을 번복해 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씨의 진술을 크게 A·B·C·D 등 4가지 유형으로 봤다. 

유형별로 ▲A = 피고인 자신(김씨)이 윗선의 사주를 받았고, 범행은 갈매기가 했다 ▲B = 윗선의 사주를 받은 갈매기가 범행했고, 당시 자신은 갈매기를 말렸다 ▲C = ‘리플리증후군(Ripley Syndrome)’을 앓고 있어 범행에 연루됐다는 자신의 진술은 모두 거짓말이다 ▲D = 윗선의 사주를 받은 갈매기가 범행했고, 자신은 10여년이 지난 2011년 8월 갈매기에게 당시 내용을 들었을 뿐이다. 

검·경 수사 과정에서 김씨는 A~C 유형의 진술로 번복을 해왔고, 법정에 이르러 새로운 D유형을 꺼냈다. 

우선 검찰은 리플리 증후군으로 자신의 범행 관련 말들은 모두 거짓말이라는 C유형은 신빙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의학적 근거도 없이 독자적 주장일 뿐이며, 수사 과정에서의 행동을 종합하면 김씨가 정신병을 앓을 확률이 낮다는 의미다. 

A유형의 경우 김씨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한 말이다. 이 발언으로 인해 관련 수사가 진행돼 기소까지 이뤄졌다. 

검찰은 방송이 전파를 탄 이후에 김씨의 통화 내역 등을 봤을 때 김씨는 방송에 나온 사실 대부분은 사실인 것처럼 행동한 것으로 봤다. 

첫 방송 이후 20여일이 지난 뒤 갈매기에게 모든 것을 전가하는 B유형의 진술이 등장하는데, 당시 김씨는 “경찰이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을 재수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라며 방송 제작진과 통화할 때 처음 나온다.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피고인 김씨에 대한 재판이 열린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제주의소리

이에 대해 검찰은 “공소시효가 만료된줄 알았던 피고인(김씨)이 수사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게 돼 진술을 번복한 것”이라며 “맥락상 형사처벌을 모면하기 위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경찰 수사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B유형의 진술을 이어가다 경찰 조사 후반과 검찰에 송치된 직후까지는 방송에서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다시 진술을 번복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당시 피고인은 범행을 시인하면서 자신은 ‘손만 봐줘라’라고 지시했기에 ‘살인’이 아니라 ‘상해치사’ 등을 언급했다.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했는데, 상해치사 혐의라면 공소시효가 만료돼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 과정에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의 배후자와 동기 등을 털어놓고 자신은 형사처벌을 피하려는 의도가 보였다”며 “검사가 피고인의 형사처벌을 빼줄 것 같지 않자 김씨는 리플리증후군을 언급하면서 진술을 다시 번복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김씨가 법정에서 진술하는 내용도 같은 선상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갈매기가 사망하기 전인 2011년 8월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에 대한 얘기를 전해들었고, 자신은 범행 자체를 몰랐다고 주장해오고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씨는 자신이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현장에 있었는지 여부 질문 등에서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에 있었다면 형사처벌을 면키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기소된 이후 피고인은 공소장을 보게 됐고, 갈매기와 모의한 적이 없다는 새로운 주장을 내세우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갈매기 손씨가 이승용 변호사를 살해하는 과정에 김씨가 깊이 관여된 것으로 보고 ‘공동정범’으로 김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한 상황이다. 

검찰은 “피고인은 이승용 변호사 유족에게 사죄하고, 한을 풀어주고 싶다는 친구 갈매기의 얘기로 방송에 출연했다고 주장하는데, 상식적으로 친구를 위해 자신이 살인에 가담했다고 방송에 인터뷰할 사람이 어디 있느냐”라고 의문부호를 던졌다. 

이어 “피고인의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은 대단히 구체적이고, 범인만 알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일부 발언의 경우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경찰도 몰랐던 내용”이라며 “김씨가 이승용 변호사 살인을 지시했다는 진술은 각색돼 실체적 진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진실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1시간 가까이 수사·재판 과정에서의 김씨 분석 내용을 얘기한 뒤 재판부에게 무기징역 선고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씨 변호인은 “우리나라 사법제도에서 가장 무거운 살인죄를 피고인에게 적용하는 무리가 있다. 명백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사건”이라고 변호했다. 

최후 발언에 나선 김씨는 “제가 하지도 않은 일인데 무릎 꿇고 속죄한다고 무슨 소용인가. 사실이 아니다. 양심고백을 하려 했는데, 살인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모두 제 책임이다. (저의 거짓말이) 물의를 일으켰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결심이 이뤄지면서 재판부는 오는 2월 김씨에 대해 선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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