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검, 전 선흘2리장 정모씨-동물테마파크 사업자 서모씨 등 배임수재 혐의 기소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사업자 측으로부터 '뒷 돈'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던 전 마을 이장이 결국 재판정에 서게 됐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최근 배임수재,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전 선흘2리장 정모(50)씨를 기소했다.

또 수 차례에 걸쳐 정씨에게 금품을 건넨 제주동물테마파크 사내이사 서모(50)씨와 이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대표이사 또 다른 서모(42)씨를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정씨는 현직 이장으로 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 관련 마을의 의사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업무를 맡던 중 2019년 5월 28일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마을회관 인근에서 대표이사 서씨의 지시를 받은 사내이사 서씨로부터 '사업 추진에 유리한 쪽으로 편의를 봐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돈을 지급받기로 약속했다.

사내이사 서씨는 1000만원을 50만원권 자기앞수표 20장으로 출금해 이튿날인 5월 29일 정씨의 집 부근에서 1000만원을 건넸다. 이는 마을 내 동물테마파크 반대 운동이 가장 활발하게 전개되던 때다.

2019년 4월 9일 선흘2리 마을 임시총회에서는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에 대한 주민 찬반투표가 실시됐고, 총 109명의 투표자 중 반대 84표, 찬성 17표, 무효 8표의 투표 결과가 나와 이 사건 개발사업에 대한 반대를 결의하면서 '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가 결성됐다.

이어 반대위는 4월 16일 제주도에 개발사업 최종 승인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고, 5월 20일에는 사업에 반대하는 1만명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전달했다. 정씨가 서씨로부터 금품을 지급받은 시기는 그 직후였다.

정씨는 이를 비롯해 2019년 6월 21일에는 500만원, 7월 9일에는 300만원 등 세 차례에 걸쳐 총 1800만원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정씨는 같은달 26일에 사업자 측과 거액의 마을발전기금을 주고받는 내용의 '상생방안 협약서'를 체결했다. 이 협약과정은 마을 주민들과의 사전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진행돼 주민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또 정씨는 2020년 3월 20일 자신을 상대로 마을 주민들이 '이장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 소송이 제기되자 서씨에게 변호사 선임료를 대납하도록 해 400만원의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 2020년 4월 14일에는 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로부터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발을 당하자 이에 대한 변호사 선임료도 사업자 측이 대납토록 해 550만원을 송금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정씨는 동물테마파크 사업자 측으로부터 2750만원의 재산상 이득을 취한 혐의다.

이와 함께 정씨는 자신이 취득한 현금을 아들 명의의 계좌에 입금했다가 다시 넘겨받는 방식으로 범죄 수익을 은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씨와 대척점에 서 반대위 활동을 주도해 온 이상영 선흘2리장은 "어렴풋이 예상만 했던 의혹들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나니 마을 내부적으로도 굉장히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사업자 측이 지난 2년간 돈으로 마을을 매수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으로, 지금이라도 사업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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