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 4차 공판서 재판부 “추상적 답변 말라” 지적

제주대학교 교수 20명 명의로 당시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당내경선 후보자 지지선언을 주도한 증인들의 증언이 일부 엇갈려, 향후 이를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측의 공방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명 모두 지지선언자의 의사를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H교수 만큼은 서로 잘 모르겠다고 에둘렀다. 검찰은 H교수가 다른 사람을 통해 ‘내가 왜 오영훈 지지선언자 명단에 들어갔느냐’고 항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발적인 지지선언이었다면 H교수와 같은 항의가 없었어야 한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17일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진재경 부장)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오영훈 지사와 정원태 제주도 서울본부장, 김태형 제주도 대외협력특보, 모 사단법인 대표 A씨에 대한 4번째 심리를 이어갔다. 

이날 예정된 증인 6명 중 2명이 사전에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나머지 4명에 대한 신문만 이뤄졌다.

오영훈 제주도정에서 비서진으로 일하고 있는 2명에 대한 신문이 먼저 진행됐고, 비서진 1명 증인신문 과정에서 재판부가 “추상적으로 답변하지 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 신문 과정에서 “잘 모르겠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적이 없는 것 같다”는 취지의 답변을 이어가자, 재판부가 “기억나는 것만 대답하면 된다”고 꼬집으면서 이전 질의응답 내용을 재차 물어 직접 확인했다. 

나머지 2명은 지난해 5월22일 오영훈 당시 후보를 지지하는 제주대 교수 20명 명단에 이름을 올린 양덕순, 허남춘 교수다.

양 교수는 오영훈 도정 출범 이후 제주연구원장에 임명됐으며, 허남춘 교수도 오영훈 캠프 공동선대위원장과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두 사람은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당시 오영훈 후보 지지선언을 주도했다고 각자 밝혔다. 캠프 측으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은 적도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양 원장은 “피고인(오영훈)과는 중학교 3년 선후배 사이로, 피고인이 제주도의원 할 때부터 개인적으로 교류해왔다. 오영훈 캠프에 직접 참여한 적은 없으며, 개인적으로 제주 발전에 대한 정책 자문 정도는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공동피고인 사단법인 대표 A씨를 오영훈 당시 후보에게 소개시켜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양 원장과 A씨는 친인척 관계다.

이에 대해 양 원장은 “소개만 시켜줬을 뿐이며, A씨가 캠프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는 잘 모른다”며 “지지선언문 초안도 제가 작성했고, 언론인 출신인 김태형 특보를 통해 조언을 받았다. 허남춘 교수와 함께 주변 교수들에게 직접 전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참여 의사를 물어 지지선언자 명단을 구성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H교수는 누가 지지 의사를 확인했느냐’고 묻자 양 원장은 “허남춘 교수를 통해 명단을 받았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내가 확인한 교수 중에는 항의한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뒤 이어 출석한 허남춘 교수도 “민주당 제주도지사 당내경선이 치열하다는 얘기를 들었고, 오영훈과 문대림 2파전으로 치러지는 상황에서 당시 문대림 당내경선 후보를 지지하는 선언이 잇따랐다. 김태석 전 제주도의장도 문대림 후보를 지지한다는 뉴스를 보고 공개지지를 결심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자주 만나는 교수들끼리 ‘새로운 인물에게 힘을 보태야한다’며 지지선언을 준비했다. 양 교수와 함께 지지선언자를 모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검찰이 ‘H교수는 누가 지지 의사를 확인했느냐’고 양 원장과 같은 질문을 던지자 허 교수는 “잘 모르겠다. 양덕순 교수가 한 것 같다. 나는 인문사회쪽 교수들과 교감했다”고 에둘렀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정원태 본부장의 메시지 기록을 법정에서 공개했다.

메시지는 또 다른 B교수가 정원태 본부장에게 ‘H교수가 전화 와 오영훈 지지선언자 명단에 자신이 왜 포함됐는지 물었다’는 항의하는 취지의 내용이다.   

항의성 발언을 한 H교수에 대해서만 양 원장과 허 교수의 증언이 엇갈린 상황으로, H교수와 B교수는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다음 5차 공판에서 증인 3명 신문과 함께 압수한 물증에 대한 설명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H교수와 B교수에 대한 증인신문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 

아직도 남아있는 증인이 많은 상황에서 당초 예정된 증인신문 일정도 뒤로 밀리면서 오영훈 지사를 겨냥한 검찰의 칼끝과 이를 방어하는 피고인 측의 다툼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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