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6년 8월 31일까지…제주도, 행정시, 읍면동 방문-우편 접수
당시 혼인·입양신고 못한 4.3 희생자의 사실상 배우자·양친자 대상

제주4.3 당시 혼인·입양신고를 하지 못해 뒤틀린 가족관계로 고통받아온 유족들이 이를 바로잡아 억울함을 풀고 정체성을 회복할 ‘사실상 배우자·양자’ 인정 신청 접수가 시작된다.
제주도지사 소속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실무위원회(이하, 4.3실무위원회)는 오는 9월 1일부터 2026년 8월 31일까지 뒤틀린 가족관계 회복을 위한 신청을 받는다.
희생자의 사실상 배우자나 양자가 혼인·입양신고를 하기 위한 사전절차인 국무총리 소속 ‘제주4.3위원회 결정’을 받기 위한 신청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개정된 제주4.3특별법과 시행령이 시행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사실상 혼인 관계로 자녀 A씨를 낳고 살아온 B씨와 C씨. 혼인신고를 하기도 전에 제주4.3으로 배우자를 잃은 C씨는 자녀를 B씨 형님(큰아버지) 호적에 올려 살아왔다.
성장한 자녀가 부자(父子) 관계를 바로잡고 부모님 명예회복을 위해 가족관계를 정정하려 했지만, 현행법상 수정할 수 없었다. 사실상 혼인 관계였지만, 인정받지 못한 사례다.
또 한 집안은 직계비속 남자 없이 집안을 부양해 온 D씨가 1948년 제주4.3으로 희생되자 호주승계를 위해 친척 아들인 E씨를 입양신고 없이 사후양자로 선정했다.
사후양자로 선정된 E씨가 집안의 양자로 호주 역할을 대신 해왔지만, 현행법상 가족관계를 바로잡을 수 없어 희생당한 D씨 아들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는 양친자 관계 불인정 사례다.
제주4.3 당시 참혹한 피의 광풍이 몰아치면서 이처럼 가족관계가 뒤틀린 사례는 넘쳐났고,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유족 인정을 위해 가족관계등록부(호적) 정정 시도도 이어졌다.
4.3특별법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가 작성되지 않았거나 사실과 다르게 기록될 경우 위원회 규칙에 따라 정정할 수 있었지만, 대상자를 희생자로 한정한 대법원 규칙이 걸림돌이었다.
이에 7년 7개월여 4.3의 소용돌이 속 호적을 등록하지 못하거나 어쩔 수 없이 다르게 등재 한 유족을 위해 유족이 호적을 정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는 각계 노력이 잇따랐다.
당시 자연인이었던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도 [제주의소리]를 통해 [김명수 대법원장님께 드리는 편지…4‧3유족 호적 정정 가로막는 대법원 규칙] 특별기고를 내놓으며 논의에 불을 지폈다.
이후 대법원은 관련 규칙을 개정, 호적 정정 신청권자 범위를 유족으로 확대했으며 4.3특별법과 시행령은 가족관계등록부 작성 또는 정정 관련 제주4.3위원회 결정범위를 명확히 했다.
이에 앞선 사례처럼 A씨는 4.3희생자인 부모님의 사실상 혼인 관계를 인정받아 신고할 수 있게 됐고 수십 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실제 부모님의 자식으로 인정받게 됐다.
사후양자인 E씨 역시 사실상 양친자 관계에 대한 결정을 받아 입양신고를 할 수 있게 되면서 4.3희생자인 D씨와의 법률상 부자 관계를 맺게 됐다.
이번 4.3실무위원회 신청 자격은 혼인신고 특례의 경우 4.3희생자(사망, 행방불명)와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었던 사람 본인이나 본인이 사망한 경우 자녀 또는 손자녀가 신청할 수 있다.
입양신고 특례의 경우, 4.3희생자(사망, 행방불명)의 양자로 입양신고를 하지 못한 사람 본인이 신청할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행정시나 읍면동을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접수하면 된다. 도외나 해외 거주자는 제주도로 신청해야 한다.
신청 관련 자세한 내용은 4.3종합정보시스템 누리집(peace43.jeju.go.kr) ‘알림/소식’란을 참고하면 된다. 결정 신청이 접수되면 신청 사실은 유족과 이해관계인에게 통지되며, 이들은 60일 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이후 4.3실무위원회 심사와 4.3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치게 되며, 4.3위원회 결정 결과가 통지되면, 신청인은 가족관계등록관서에 혼인·입양신고를 해 가족관계를 정정할 수 있다.
사실상 혼인·양친자 관계 결정을 위해 희생자와의 신분 관계를 소명할 수 있는 증빙자료는 증거의 진실성이 객관적으로 담보돼야 한다. 보증서 등 단독 증빙자료만으로는 증명력을 인정하기 어려워 4.3위원회는 제출된 증빙자료와 의견을 종합해 심의·의결할 계획이다.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숙원이던 유족들의 바람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업무 추진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오랜기간 뒤틀린 가족관계로 고통을 받았던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단 한 분도 소외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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