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탐나는가치 맵핑(1)] 마을공동목장① / 제주 특유 목축경관 간직한 ‘금당목장’

무심코 지나쳤던 제주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고 지속 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지역 문제나 의제를 주민 스스로 발굴해 해결해가는 연대의 걸음이 시작됐다. 지역 주민이 발굴한 의제를 시민사회와 전문가집단이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한 뒤 문제해결까지 이뤄내는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프로젝트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와 함께하는 ‘공동기획 - 탐나는가치 맵핑’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주민참여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한 연대가 될 것이다. 이번 도민참여 솔루션이 잊히고 사라지는 제주의 가치를 발굴·공유하고 제주다움을 지켜내는 길이 될 수 있도록 도민의 참여와 관심을 당부드린다.  [편집자 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와 함께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의 첫걸음을 마을공동목장에서 뗐다. 

2018년 제주연구원 조사 결과, 도내 마을공동목장은 총 51곳으로 조사된 바 있다. 2006년 조사 당시 70개였던 마을공동목장이 10여년 사이 약 20곳 가까이가 사라진 셈이다. 

마을공동목장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마을공동체의 자산이자, 제주도 특유의 목축경관을 간직한 보고(寶庫)이다. 팔려나간 마을공동목장의 사유화는 즉각 난개발로 이어지고 다시는 공동체 자산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제주의 허파를 품은 중산간과 곶자왈의 상당부분이 마을공동목장에 속해있거나 맞닿아 있다. 마을공동체를 넘어서서 도민공동체가 마을공동목장 관리 유지 방안, 관련 정책수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마을공동목장의 현실

[공동기획 -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의 첫 방문지로 지난 8월14일 오후 금당목장(조합장 송부홍)을 찾았다. 조합장을 중심으로 조합원들이 마을공동자산을 합리적으로 지켜내기 위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곳이다.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금오름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당오름에 있어 그 앞글자를 따 ‘금당목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마을 공동목장. 

드넓은 초지에서 풀을 뜯는 마소를 볼 수 있는 제주도 특유의 목축경관을 간직한 보물같은 땅,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마을 공동체의 자산. 이런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외면받고 언제 매각될지 모를 위기에 놓여있는 것이 오늘날 마을공동목장의 현실이다. 

제주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제주지역 부동산 개발이 활성화되면서 마을 공동목장은 매해 1.6개씩 매각되고 있으며, 매각된 토지는 대부분 골프장과 리조트 등 대형개발업자의 손에 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공동목장의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가치를 모색한 뒤 해결책을 찾기 위해 ‘탐나는가치 맵핑’ 프로젝트 팀이 첫 번째 현장으로 금당목장을 찾았다. 

ⓒ제주의소리
지난 14일 오후 3시 당오름 금당목장을 찾은 탐나는가치 맵핑 프로젝트 팀. 이날 참가자들은 마을 공동목장 조합장과 전문가 설명을 듣고 지속가능한 제주의 가치를 위해 의견을 풀어놓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약 138헥타르 규모의 당오름 금당목장은 아름다운 당오름을 벗삼아 넓은 초원에서 풀을 뜯어먹고 쉬는 소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제주의소리

이날 현장 방문은 탐나는가치 맵핑 운영위원회를 비롯한 도민 참여자 등 10여 명이 현장을 둘러보며 조합 관계자들과 마을 주민 이야기, 그리고 관련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금당목장은 전체 목장용지 190.9헥타르(ha), 약 57만 5000평 규모로 이뤄진 마을 공동목장으로 목장용지와 임야로 구성돼 금당목장조합이 소유하고 있다. 

  공동목장의 해체는 난개발로 이어져

제주도 해발 200~600m 중산간 지역에 분포한 마을 공동목장은 고려시대부터 군마 공급용 목장으로 운영돼왔으며,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중반에는 수탈을 위한 공동목장이 조직돼 목축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후 1980년대 농기계와 집약축산이 도입되면서 공동목축에 참여하는 마을 주민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 이후 부동산 개발 붐에 따라 해마다 목장용지가 매각돼 마을공동목장조합이 해체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처럼 마을 주민들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유지해온 사회제도이자 문화경관 가치를 지닌 공동목장의 해체는 제주의 자연 초지가 팔려나가 무분별한 개발에 놓일 위기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마을 공동목장의 해체는 목축을 위해 관리되던 공동체 자산이 사유화돼 공동체 구성원과 상관없이 개발되거나 부동산 투기에 활용될 위기에 놓이게 된다.

송부홍 금당목장조합장은 “목장 명맥을 잇기 위해 경관작물도 심고 관광객을 끌어들여 수익체계를 다각화하겠다고 했지만, 목초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소들이 먹을 수 없는 외래 잡초는 신경도 안 쓰면서 경관작물 심겠다는 것은 안 된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목장 관리비가 1년에 5000만 원이 들어간다고 치면 소를 방목할 수 있도록 해서 얻는 수익은 300만 원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운영을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결국 매각 유혹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제주의소리
금당목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송부홍 조합장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마땅찮아 다른 곳의 마을 공동목장들이 사라져가고 있고 금당목장 역시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당오름을 배경으로 풀을 뜯어먹고 있는 소들. ⓒ제주의소리

목장에 소를 놓는 비용은 한 마리당 연간 조합원의 경우 1만 5000원, 비조합원의 경우 3만 원으로 아주 저렴하지만, 사육환경과 생활양식의 변화로 목장에 소를 풀어놓는 소 주인들이 많이 사라졌다. 

수도세, 전기비, 목장 관리비 등 부대비용이 전혀 부과되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지만, 소를 가둬놓고 육질을 높이는 등 축산방식의 변화로 실질적인 방목 수요가 없다는 것. 

  1940년대 120여 곳서 지금은 50여 곳 뿐

그나마 최근 들어 동물 복지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초원을 거니는 소를 아직까지 금당목장을 비롯한 공동목장에서 볼 수 있지만 1940년대 120여 곳이었던 마을 공동목장이 현재 50여 곳만 남은 것처럼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운명이다.

송 조합장은 소들이 초지에 자란 풀들을 끊임없이 먹어줘야 초지가 관리되는데 소를 방목하지 않으니 외래 잡초와 나무들이 무성히 자라 관리에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금당목장의 많은 초지는 외래종인 ‘왕도깨비가지’로 뒤덮여 있는 모습이었다. 번식력이 강해 제초제와 예초기를 사용해도 쉽게 제거되지 않는 데다가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있어 사료로도 사용할 수 없다. 

송 조합장은 “이 같은 상황에서 순수한 농민들이 목장을 가지고 있다 보니 개발업자가 몇 사람만 꼬드기면 바로 사들이게 되는 것”이라며 “수익도 없는 상태에서 제주도 차원의 지원도 끊기다시피 하니까 누구라도 팔고 싶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제주의소리
금당목장 초지를 뒤덮은 외래종 '왕도깨비가지'는 조합의 힘으로 제거하는 데 어려움이 따라 사실상 방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길을 따라 금당목장을 둘러보고 있는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마을공동목장 운영관리조례-조합협의체 구성 당면 과제

이에 대해 현장 참가자는 “옛날부터 당오름 일대는 일본군 사령부가 주둔하며 진지들도 파놓은 흔적이 있다. 이런 것들을 지역 소득이 되게끔 관광 코스로 만들고 목장에 경관식물을 심어 가꾼다면 소득을 창출하고 역사자원을 지키는 일거양득이 되지 않겠나”라고 의견을 표했다.

이어 강경식 탐나는가치 맵핑 운영위원은 “대대손손 물려가야 할 소중한 자원이 제대로 가치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제주도가 소중한 자산이라는 생각을 갖고 운영관리 조례를 만들어 관리하고 목장조합은 협의체를 만들어 도에 요구하는 등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목축경관으로의 가치를 지키고 천혜의 제주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목장을 개발업자에게 넘어가도록 가만히 놔두지 말고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주지역 마을공동목장 관리실태 및 개선방안을 연구한 제주연구원 안경아 박사는 “제주는 전국 초지의 48%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초지가 가장 많은 지역”이라며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고 대대로 내려온 제주의 가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간이 주도할 수 있도록 행정에서 뒷받침하고 조합이 목장을 운영하면서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풍력발전소를 설치한다거나 관광을 위한 작은 시설을 들일 수 있게 한다면 공동목장의 명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모 마을공동목장 조합원이라고 밝힌 한 도민 참가자는 “우리 집도 마을공동목장에 참여하고 있는데 조합 입장에서는 직접 소를 키우지 않은 지 오래됐고 축산업자에게 임대하기도 어려워지는 상황이라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각 집에서 큰아들을 조합원으로 등록해 의사를 표하거나 공동작업에 나가도록 했는데 현재는 부동산 소유권처럼 상속되거나 거래되고 있다”며 “조합 운영 관점에서도 체계적이지 못해 투기, 개발세력이 조합장 및 일부 조합원과 결탁하는 등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축사운영 방식 변화로 방목은 시장에서 경제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면서 “현재 마을공동목장에 많은 문제가 있지만, 행정이 관심 없어 개발업자들에게 팔리는 것을 방조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탐나는가치 맵핑(mapping) 프로그램은 현장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제주 곳곳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 

구글 플레이나 앱스토어에서 ‘mapplerk3’를 내려받아 회원 가입한 뒤 커뮤니티 검색에서 ‘Save Jeju’를 검색, 가입하면 된다.

이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곳곳의 가치들을 영상과 글, 사진 등을 통해 기록하면 된다. 회원 가입을 하지 않더라도 홈페이지(mapplerone.net/savejeju)에서 공유된 가치들을 살펴볼 수 있다.

ⓒ제주의소리
금당목장에서 방목한 소들은 저마다 이곳저곳을 다니며 자유롭게 쉬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길을 가운데 두고 자유롭게 쉬고 있는 금당목장 소들. ⓒ제주의소리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